길가의 돌멩이나 나무토막 하나도 아이의 눈이 반짝이기 시작하면 특별한 장난감이 됩니다. 아까의 그 나무토막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무엇이든 될 수 있는, 특히 나만의 것인 놀이감은 어린시절 꿈속의 보물들입니다. 소리도 놀이감입니다. 아이에게 들리는 아이가 표현하는 소리는 세상에 하나뿐이 소리입니다. 이제 놀이감으로 실컷 놀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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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야, “둥둥” “두둥둥”. 큰소리와 작은소리가 빠르게 또 천천히 리듬을 만들어 냅니다. 입으로 따라하면 입안에서 소리들이 굴러다니는 것 같습니다. 소리에 민감한 아기는 쫑긋거리며 ‘무슨 소리지?’ 궁금합니다. 세상에는 참 많은 소리가 있네요. 정형화한 낱말이 아닌 소리들이 더 재밌습니다. 소리는 훌륭한 놀잇감입니다.
잠자리에 펴놓은 이부자리만큼 훌륭한 놀이터가 또 있을까요. 이불 끝에서 끝까지 그야말로 끝도 없이 굴러다녔던 기억이 있습니다. 무한한 상상으로 이불세상이 만들어지고 꿈나라에 들때까지 황홀한 놀이를 이어가지요. 놀이에 겨워 잠결에도 몸을 움찔거립니다. 이불놀이터에서 “뭐하고 놀아요”라로 묻는 아이는 없습니다.
요즘은 놀이를 위해 박스를 구하려 동네를 헤매지 않아도 되지요. 날마다 크고 작은 박스가 문을 두드리는 세상입니다. 박스는 이제 흔한 놀이감이 되었네요. 냉장고 박스만큼 큰 박스는 아직도 귀하긴 합니다. 윗부분에 칼집을 내어 잘 접으면 지붕이 됩니다. 박스집 완성. 너무 많은 아이들이 들어가 무너지면 무너진다고 깔깔깔, 다시 세운다며 낄낄낄, 꽁꽁 모여앉아 헤헤헤. 박스 하나면 한동안 즐거운 어린시절입니다.
비가 오는데 벌써 소리부터 재밌습니다. 어른들은 비온다고 분주한데, 빗방울도 물웅덩이도 비가 톡톡 떨어지는 소리도 놀자고 합니다. 단계를 높여 물웅덩이 멀리뛰기, 우산돌려 빗방울뿌리기, 빗 속에 양동이나 냄비 내놓고 떨어지는 소리 듣기. 놀이의 달인이 따로 없습니다.